전세 월세 계약 전 꼭 확인할 순서 정리
전세나 월세 계약은 일생에서 가장 큰 금액이 오가는 거래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도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나면 계약을 서두르게 되고, 서류 확인은 중개사의 설명에 기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고는 계약서를 쓴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전 확인을 건너뛴 순간에 이미 씨앗이 뿌려집니다. 이 글에서는 등기부등본에서 봐야 할 지점,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가 만드는 권리, 보증금 반환보증의 구조, 그리고 전체를 아우르는 확인 순서를 정리합니다.

등기부등본은 계약 전과 잔금 직전 두 번 열어봅니다
등기부등본은 집의 이력서와 같습니다. 인터넷등기소에서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고, 계약 전에 임차인이 직접 떼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중개사가 보여 주는 사본은 발급 시점이 오래되었을 수 있으니 날짜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표제부에서는 건물의 용도와 면적이 계약하려는 집과 일치하는지 살펴봅니다. 주거용으로 쓰는 공간이 현실에서는 다른 용도로 등록되어 있다면 이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갑구와 을구입니다. 갑구에는 소유권에 관한 사항이 나옵니다. 계약 상대방이 등기부상 소유자와 같은 사람인지, 압류나 가압류, 가처분 같은 기록이 있는지, 신탁등기가 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신탁등기가 되어 있으면 집의 처분 권한이 신탁회사에 있어 임대인이 마음대로 계약할 수 없는 경우가 있으므로 신탁회사의 동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을구에는 근저당권 같은 소유권 이외의 권리가 나옵니다. 은행 대출이 얼마나 잡혀 있는지 채권최고액을 확인하고, 그 금액과 내 보증금을 합쳤을 때 집값에 비해 지나치지 않은지 따져 봅니다. 한 번 확인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계약서를 쓴 날부터 잔금을 치르는 날까지 사이에 새로운 대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잔금일 당일 다시 열람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전입신고를 하고 대항력이 생기기 전까지의 공백 동안 임대인이 담보를 추가로 설정하면 후순위로 밀릴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계약서에 잔금일까지 새로운 담보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는 방법이 널리 쓰입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가 보증금을 지키는 두 개의 열쇠입니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보호받는 기본 장치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입니다. 대항력은 집주인이 바뀌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계약 기간 동안 살 권리와 보증금을 주장할 수 있는 힘입니다. 주택을 직접 인도받아 살기 시작하고 주민센터나 온라인으로 전입신고를 마치면 그 다음 날 0시부터 효력이 생깁니다. 이사하는 날 당일에 신고하더라도 효력은 다음 날부터라는 점을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확정일자는 계약서에 날짜를 공적으로 증명해 두는 절차입니다. 주민센터나 인터넷등기소 등에서 받을 수 있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모두 갖추면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후순위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이 생깁니다. 순서는 먼저 설정된 권리가 앞서는 구조이므로 등기부에 이미 잡혀 있는 선순위 근저당보다는 뒤순위가 됩니다. 그래서 선순위 대출 금액이 크면 확정일자를 받아도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권리들은 계약 중에도 유지해야 합니다. 도중에 전입신고를 옮기거나 실제 거주를 끝내면 대항력을 잃습니다.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법원에 신청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한 상태로 이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월세 계약도 보증금이 있다면 같은 방식으로 보호됩니다. 한편 임대인의 국세 체납 여부도 중요한데, 법에 따라 임차인이 계약 전에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미납 국세 열람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절차는 관할 세무서와 국세청 안내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보증금 반환보증은 가입 요건부터 미리 점검합니다
등기부와 전입신고만으로는 안심하기 어려울 때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고 나중에 임대인에게 청구하는 구조입니다. 대표적인 기관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인 HUG, 한국주택금융공사인 HF, 그리고 서울보증보험인 SGI입니다. 기관마다 가입 대상과 한도, 주택가격 산정 방식, 보증료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집이라도 한 곳에서는 가입이 되고 다른 곳에서는 안 될 수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주택가격에 비해 선순위 채권과 내 보증금의 합이 어느 정도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세사기 피해가 늘면서 보증 가입 요건이 강화되어 왔고, 기관별 한도와 비율 기준이 바뀌는 일이 잦았습니다. 구체적인 한도와 비율은 연도와 정책에 따라 조정되므로 계약 전에 각 기관의 공식 사이트에서 현재 기준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입 가능 시기도 기관마다 다르며, 일반적으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춘 뒤 계약 기간이 절반 이상 지나기 전에 신청해야 하는 식의 제한이 있습니다. 보증 가입이 어려운 집이라면 그 자체가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가입이 거절되는 이유를 알아보면 선순위 채권이 많거나, 집값 산정이 낮거나, 다가구주택에서 다른 세대 보증금이 많다는 식의 사정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면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돌려받는다는 특약을 미리 넣어 두면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보증료는 임차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소득 등 조건에 따라 할인이나 세액공제가 적용되는 경우도 있으니 신청 전에 확인하십시오. 확인할 것이 많아 보여도 순서를 정하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먼저 집을 보러 가기 전에 건축물대장으로 위반건축물 여부와 용도를 봅니다. 다음으로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을 직접 발급해 소유자, 압류와 신탁 여부, 근저당 금액을 확인합니다. 그 뒤에 시세와 비교해 보증금이 지나치게 높지 않은지 살피고, 보증 가입이 가능한지 기관에 문의합니다. 계약 당일에는 신분증으로 계약 상대방이 소유자 본인인지 확인합니다. 대리인이 나왔다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소유자와의 통화 확인이 필요합니다.
계약서에는 보증금과 계좌, 특약 사항을 정확히 적어야 합니다. 보증금은 반드시 소유자 명의 계좌로 보내고, 잔금일에는 등기부를 다시 열람한 뒤 입금합니다. 이사 당일에는 바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고 보증 가입을 진행합니다. 계약서 사본과 영수증, 주고받은 문자는 계약이 끝날 때까지 보관합니다. 시세보다 지나치게 싸거나 서둘러 계약금을 보내라고 재촉하는 경우, 임대인과 직접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는 한 번 멈춰서 점검해야 하는 신호입니다.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는 혼자 판단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도시보증공사, 지방자치단체의 전월세 상담 창구에서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으니 문의해 보십시오.
집을 구하는 일은 마음에 드는 방을 고르는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 보증금을 누구 손에 맡길지 정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집의 상태보다 집주인과 권리관계를 먼저 읽는 습관이 들면 계약 현장에서 서두르라는 압박이 와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확인에 드는 한두 시간은 수년간 모은 돈을 지키는 비용으로는 아주 작은 편입니다. 제도의 세부 기준은 계속 바뀌므로 계약 직전에 공식 안내로 최신 내용을 다시 대조하는 일까지가 확인의 마지막 단계입니다.